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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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 2025년 9월 4일 제3회 고향사랑의 날 행사가 청주 오스크에서 열렸다. 행안부(c)) |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제도 도입 초기에 화두였던 ‘정착 가능성’은 이제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논쟁의 중심에 ‘법인기부 허용’ 문제가 부상했다.
2025년 말 기준, 국회에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다수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법인 또는 단체를 기부 주체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 기부만으로는 제도 확장에 한계가 있다”라는 문제의식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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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 2025년 말까지 국회에 발의된 고향사랑기부제 개정안. 국회 법률 개정안(c)) |
실제 고향사랑기부금은 2023년 651억 원, 2024년 879억 원을 거쳐 2025년에는 1,500억 원대를 넘기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 성장 속도가 중장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법인 참여를 제도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고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이미 2024년 7월에 열린 ‘고향사랑 기부금 법인기부 도입 관련 포럼’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일본의 고향납세 전문가와 국내 학계 인사들이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제도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는 철저히 ‘개인만 기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다. 법인이 배제된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은 지자체와 인허가, 계약, 보조금, 규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기부가 자칫 ‘관계 자금’이나 ‘거래성 자금’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가 ‘개인 기부 원칙’을 유지한 배경도 이러한 우려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들은 대체로 “법인은 허용하되 일정한 제한을 두자”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상당수의 개정안이 ‘해당 지자체에 소재하지 않은 법인만 기부 가능’이라는 조건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국회 역시 법인기부가 내포한 이해충돌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한이 충분한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인이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더라도, 전국 단위 사업이나 광역 프로젝트를 통해 간접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부금 규모가 커질수록 ‘순수한 기부’와 ‘정책적 영향력’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기부 논쟁은 단순히 “돈을 더 걷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민 참여형 기부 제도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기업 자금이 유입되는 새로운 재정 수단으로 성격이 확장될 것인지를 가르는 선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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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 일본 '라쿠텐' https://event.rakuten.co.jp/furusato/ 화면 인용) |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도 이미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국내 논의의 주요 근거처럼 반복되지만, 토론회 발표자들은 이 비교가 일본 제도의 구조를 단순화한 해석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8년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를 먼저 도입한 뒤, 약 8년이 지난 2016년에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방창생응원세제(기업판 고향납세)’를 별도의 제도로 신설했다. 개인 기부가 일정 수준 정착한 이후에야 기업 참여를 보완 장치로 제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운영 방식 역시 다르다. 일본의 법인기부 고향납세는 기업이 임의로 지자체를 선택해 자유롭게 기부하는 구조가 아니다. 내각부가 승인한 ‘지역재생계획’에 포함된 사업에 한해 기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지자체가 기부 기업에 대해 보조금·인허가 편의·입찰 특혜·유리한 조건의 융자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엄격히 제한돼 있다.
본사 소재지 지자체에 대한 기부를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관할 부처 역시 개인 기부는 총무성, 기업 기부는 내각부로 분리돼 있다. 일본 정부가 개인 기부와 기업 기부를 동일한 성격의 제도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 제도 설계에서 드러난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규모의 현실’이다. 2022년 기준 일본의 개인 고향납세 규모는 약 9조6천억 엔에 달한 반면, 법인기부 고향납세 규모는 약 3,400억 엔에 그쳤다. 전체 고향납세 재원 가운데 기업 기부 비중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참여가 제도의 중심축이 아니라, 제한적인 보완 수단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토론회에서 일본 이바라키대학 카케가이 유타 교수는 “법인기부 고향납세는 개인 기부를 대체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지역재생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매우 제한적인 장치”라고 평가했고, 요코하마시립대학 국중호 교수 역시 “일본의 경험은 법인 기부가 만능 해법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토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인식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제도 확장을 논의하고 있는가.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 1일, 일본의 개인 고향납세제를 모델로 출범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고향을 떠난 개인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개인만 기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민간 플랫폼이 서둘러 허용되면서, 기부금의 최대 11% 의 수수료가 일부 민간앱으로 유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다시 법인까지 기부 주체에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토론회에서는 기부의 준조세화 위험, 전략적 기부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 세수 감소 가능성, 기존 기업기부의 이동(구축효과), 기부 부담의 소비자·근로자 전가 가능성 등 다섯 가지 구조적 위험이 제기됐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처음부터 주도했던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순수한 기부를 원한다면 기업 명의가 아니라 기업주나 임직원 개인 명의로 참여하면 된다”며 “법인 기부는 제도의 철학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법인기부 참여는 개인 기부를 대체하는 엔진이 아니라, 정책을 보완하는 제한적 장치일 뿐”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법인기부 허용 논의는 다시 질문을 받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음 회차에서는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들이 제시하는 법인기부 허용 방식의 차이와 그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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